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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미리 잔금의 일부를 송금했다면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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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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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계약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액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는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매수인이 중도금(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지급일 전에 일방적으로 중도금(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중 일부를 매도인에게 송금한다면 매도인은 더 이상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일까?


위 사안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22나2005213 사건에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액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제권유보 조항은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 조항과 그 취지를 같이 하는데,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 함에 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참조)」라는 대법원 법리를 토대로,


① 매수인이 계약일로부터 불과 6일 후에 잔금 등 출연의무를 부담하는 총 금액의 약 5.2%에 불과한 돈을 송금한 점, ② 잔금일은 시공사 일정 및 상호 협의 아래 앞당겨질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시공사 일정이 변경되었다거나 상호 협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는 점, ③ 오히려 매도인은 수차례 이를 반환하겠다고 고지한 점, ④ 당시에는 해당 부동산의 시세가 상승하고 있어 시세상승 정도에 따라서 매도인이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 전에 잔금 등 출연의무를 부담하는 돈의 약 5.2%에 불과한 돈을 송금한 것은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매도인이 그 후 행사한 약정해제권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1심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부동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매매계약 체결 후 갑자기 시세가 상승하거나 반대로 하락하는 경우 또는 더 좋은 조건의 매매계약 체결이 가능한 경우 등을 대비하여 위 사안의 해제권유보조항과 마찬가지로 ‘중도금(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지급 전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제권유보조항을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태도를 고려하면, 해제권유보조항을 약정한 경우 특별한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중도금(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지급일 전에 임의로 매수인이 중도금 또는 잔금 중 일부를 매도인에게 지급하더라도 이를 두고 적법한 이행의 착수라고 보기 어려워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① 중도금(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 지급일 전에 매수인이 중도금 또는 잔금을 전부 지급한 경우, ② 중도금 또는 잔금을 일부 지급받은 후 매도인이 취한 태도가 매수인의 이행의 착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③ 중도금 또는 잔금일이 상호 협의하에 앞당겨질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는 경우 등 위 판결의 사안과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 매수인의 이행의 착수는 적법하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해제권유보조항이 있더라도 여러 사정에 따라 매도인의 해제권을 인정하는 경우와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매도인의 약정해제권 행사를 저지하여 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적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개별 약정에 맞는 법적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 법무법인 울림 윤성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