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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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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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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할까요? 그리고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할까요? 오늘은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을 통해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관계>

① A는 자녀인 B가 출생하기 약 5개월 이전인 2011. 8. 25. 보험회사 C와 보험수익자를 본인으로 하고, 피보험자를 B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합니다)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의 피보험자 정보란과 계약 전 알릴 의무의 피보험자란에는 ‘태아’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② 보험회사 C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에 A로부터 제1회 보험료를 납부받았고, 보험증권에 보험기간 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제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2011. 8. 25.로 기재하였습니다.

③ A는 2012. 1. 28. 경주시 소재 산부인과에서 B를 출산하였는데, B은 위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양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영구장해진단을 받았습니다.

④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의 ‘출생 전 자녀가입 특별약관’ 제1조 제3항에서는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특별약관의 다른 규정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쟁점>

(1)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의 효력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한다(상법 제737조).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

(2) 출생 전 태아가 보험기간 개시 후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은 경우,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합니다.

(3)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태아의 피보험적격이 인정되는지 여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하여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C와 A는 위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여 그 약관 규정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보험계약으로서 C와 A는 개별 약정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태아였던 B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실관계를 보면 C와 A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인 B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B가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하여 보험기간을 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절차, 보험기간, 보험계약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태아인 B는 피보험적격이 인정됩니다.

작성자 : 법무법인 울림 박도현 변호사